숫자 기억 테스트

숫자가 잠깐 떴다가 사라집니다. 본 대로 입력하세요. 맞힐 때마다 한 자리씩 길어집니다.

클릭하면 시작

3자리부터

이 테스트가 재는 것

숫자 하나가 화면에 뜬다. 머무는 시간은 1초에 자릿수마다 0.25초를 더한 만큼이다. 숫자가 사라지면 방금 본 것을 그대로 입력한다. 처음은 세 자리로 시작하고, 맞힐 때마다 다음 숫자가 한 자리씩 길어진다. 한 번 틀리면 거기서 끝나고, 화면에는 내가 친 값과 실제 숫자가 나란히 뜬다. 입력한 값을 지우지 않으니 어느 자리에서 어긋났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점수는 마지막으로 맞힌 숫자의 자릿수다.

여기서 쓰이는 능력은 순서가 있는 숫자열을 몇 초 동안 붙들어 두는 힘이고, 심리학에서 숫자 폭(digit span)이라 부르는 것이다. 대부분은 숫자를 속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붙든다. 전화번호를 읽고 나서 다이얼을 누를 때까지 머릿속에 띄워 두는 그 장치와 같다. 이건 용량 측정이지 지능 측정이 아니다. 여기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추론을 잘한다는 뜻은 아니고, 낮게 나왔다고 새로운 걸 배우는 속도나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능력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없다.

왜 여기엔 백분위가 없나

이 사이트에서 이 테스트를 끝내면 자릿수 하나만 나온다. 다른 테스트에 붙는 "상위 몇 %"가 여기엔 없고, 그건 일부러 뺀 것이다. 우리는 과제와 진짜로 들어맞는 발표된 규준이 있을 때만 백분위를 붙이는데, 이 테스트에 대해서는 그런 규준을 찾지 못했다.

숫자 폭 규준 자체는 있다. 문제는 우리 방식과의 궁합이다. 우리가 원문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인 Iñesta 외(2021)는 55~87세 스페인 성인 표본에서 정방향 span 평균 5.36자리(SD 1.15)를 보고했다. 20대 한국인이 이 표에 자기 점수를 대보면 후하게 나오겠지만, 그 후한 숫자는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어긋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임상에서 쓰는 숫자 폭 검사는 검사자가 초당 한 자리씩 소리 내어 읽어주고 응답자가 말로 대답한다. 여기서는 숫자가 통째로 화면에 떠 있고 답은 손으로 친다. 듣기와 읽기가 다르고, 말하기와 타자는 더 다르다. 타자가 느린 사람을 저 규준에 대보면 기억이 아니라 손을 채점하는 셈이 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밀러의 1956년 논문이 내놓은 숫자도 사정이 같다. 소리 내어 불러주는 목록 실험에서 나온 값이지, 화면을 보고 타자를 치는 과제에서 나온 값이 아니다. 그럴듯한 곡선을 하나 그려 붙이는 건 어렵지 않다. 방어할 수 없는 숫자를 보여주느니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쪽을 골랐고, 이 형식에 맞는 규준이 나오기 전까지 백분위 칸은 계속 비어 있다.

"7±2"라는 오래된 숫자

조지 밀러가 1956년 Psychological Review 63권 2호 81~97쪽에 실은 "마법의 수 일곱, 더하기 빼기 둘"은 심리학 바깥에서 더 유명해졌다. 사람이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건 일곱 개 언저리라는 말이 상식처럼 굳었다. 정작 밀러는 논문 첫머리에서 이 숫자가 자기 데이터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고 농담조로 적는다. 논문의 알맹이는 용량의 상한선을 못 박는 데 있지 않고, 정보를 다시 부호화하면 담기는 양 자체가 달라진다는 쪽에 있다.

이후 연구들은 일곱을 순수 저장 용량으로 보기엔 과대 추정이라고 본다. 되뇌기와 묶기를 막아 놓고 재면 남는 용량은 그보다 뚜렷이 작다. 사람이 일곱 자리 언저리까지 가는 건 저장고가 그만큼 커서가 아니라 조용히 되뇌고 묶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테스트의 점수는 순수 용량이 아니라, 용량에 각자가 들고 온 요령을 더한 값이다.

덩어리로 묶으면 늘어난다

1 9 8 8 2 0 0 2를 여덟 개의 낱개로 붙들면 한둘은 흘린다. 1988과 2002,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으로 읽으면 붙들 것이 둘로 줄어든다. 숫자는 그대로고 포장만 바뀌었다. 이것이 청킹이고, 연습한 사람이 교과서에 적힌 범위를 훌쩍 넘기는 이유다.

휴대폰 번호가 일상의 예다. 010-1234-5678을 열한 개의 숫자로 외우는 사람은 없다. 하이픈이 끊어 준 자리마다 덩어리가 하나씩 생기고, 앞 세 자리는 외울 필요조차 없다. 연도가 같은 일을 하고 나이도 그렇다. 42는 4와 2가 아니라 "어머니 나이"로 두면 자리 하나만 차지한다. 머릿속에 걸어 둘 고리가 많을수록 덩어리 하나가 삼키는 자릿수가 늘어난다.

이걸 끝까지 밀어붙인 유명한 사례가 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던 대학생 한 명이 실험실에서 몇 달 동안 숫자 외우기를 반복하면서, 숫자 묶음을 자기가 아는 달리기 기록으로 바꿔 저장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 더 큰 구조를 얹어 span을 보통 범위의 몇 배까지 늘렸다. 여기서 챙길 점은 둘이다. 늘어난 것은 기억 그릇이 아니라 부호화 기술이었다. 그리고 실험자가 숫자 대신 글자를 내밀자, 달리기 기록이라는 고리가 통하지 않는 그 자리에서 그의 성적은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점수를 흔드는 것들

숫자 폭은 몸에 붙어 다니는 상수가 아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날에도 다르게 나오고, 그중 일부는 기억과 상관이 없다.

자주 묻는 것

몇 자리면 잘하는 건가

이 형식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백분위가 없다는 게 정직한 답이고, 그래서 결과 화면에도 띄우지 않는다. 대략의 감을 잡자면, 검사자가 불러주는 고전적 방식에서 건강한 성인 다수는 밀러의 제목이 유명하게 만든 대역 근처에 떨어진다. 우리 방식은 숫자 전체가 한눈에 보이고 입력 시점도 본인이 정하니 그보다 후하게 나오는 편이다. 두 자릿수 점수가 나왔다면 용량보다 묶는 요령이 일한 결과로 보면 된다.

IQ와 관계있나

없다고 봐도 된다. 숫자 폭이 일부 지능검사 배터리 안에 작은 소검사로 들어가 있고, 큰 집단에서 보면 전체 점수와 약한 상관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브라우저에서 한 판 돌린 결과가 지능 측정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 찍힌 숫자에는 저장 용량과 묶는 요령, 타자 정확도, 그날 얼마나 산만했는지가 전부 섞여 있다. 좁은 능력 하나를 특정한 하루에 읽은 값으로 다루는 게 맞다.

점수가 떨어졌는데

형식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한 번 틀리면 끝나므로 점수는 평균이 아니라 그날의 가장 나쁜 순간이 정한다. 아홉 자리에서 딴생각이 스치거나 손가락이 미끄러지면, 더 갈 수 있었던 판이 거기서 닫힌다. 회차 사이에 한두 자리 오르내리는 건 평범하다. 안정적인 값을 원하면 한 판을 믿지 말고 여러 판 중 최고를 쓰는 편이 낫다.

점수가 낮으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이 페이지로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다. 여기 있는 건 호기심으로 만든 게임이지 선별 도구가 아니고, 어떤 질환도 찾아내거나 배제하지 못한다. 잠을 덜 잤다는 이유만으로도 점수는 흔들린다. 일상에서 기억이 걱정된다면, 약속이나 방금 나눈 대화가 자꾸 비어 있다면, 브라우저 탭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춘 의료진에게 물어볼 일이다.

연습하면 오르나

오른다. 다만 오르는 쪽은 용량이 아니라 요령이다. 숫자열을 흐르는 대로 읽지 말고 뜨는 순간 끊어서 묶는 편이 낫다. 아는 연도나 아는 나이에 걸 수 있으면 건다. 외운 덩어리 그대로 끊어서 입력하면 순서가 덜 흐트러진다. 몇 주 하면 점수는 올라가는데, 달리기 선수의 사례가 보여주듯 자라는 건 부호화 기술이고 그 밑의 그릇은 대체로 그대로다. 그릇이 안 자라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